6년만의 끝내기, 양준혁은 왜 2루까지 갔을까
1루서 멈췄다면 '단타'…개인통산 458호 2루타최선 다하는 모습… 후배들에 본보기 메시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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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베테랑 기록위원인 김상영씨는 1일 대구구장에 파견됐다. 이날 밤 삼성이 롯데를 상대로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두는 순간, 김상영 기록위원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양준혁을 계속 주시했다. 그리고 잠시후 공식기록지의 양준혁 칸에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뜻하는 'ㆍ7'을 적어넣었다.
이날 삼성은 7대6의 짜릿한 승리를 얻었다. 6-6 상황인 9회말 1사 1,2루에 대타로 나선 양준혁은 끝내기 2루타로 히어로가 됐다. 최근 선발 출전할 기회가 드물었던 양준혁은 지난 17일 부산 롯데전 이후 6경기, 9타석만에 안타를 기록했다. 중요한 건 롯데 좌익수가 뻗어가는 타구를 포기하는 걸 보면서도, 양준혁은 차분하게 계속 뛰어 2루까지 밟았다는 사실이다.
젊은 타자들은 흥분한 나머지 1루만 밟은 뒤 곧바로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가 잦다. 이렇게 되면,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공식 기록은 단타가 된다. 그래서 끝내기 안타를 치고도 이튿날 코치에게 잔소리 듣는 사례가 자주 나온다.
양준혁은 2루를 밟았으니 개인 통산 2318번째 안타는 단타가 아닌 2루타로 남게 됐다. 통산 458호 2루타다.
김상영 기록위원은 경기 직후 통화에서 "기록을 위해 지켜봤는데, 양준혁은 역시 베테랑 선수답게 당연한 듯 멈추지 않고 2루까지 뛰었다. 젊은 선수들은 그런 상황에서 신경쓸 겨를이 없다. 양준혁은 2루를 밟고난 뒤에야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말했다.
양준혁 개인으로선 정말 오랜만의 끝내기 기록이다. 양준혁의 가장 최근 끝내기 히트는 지난 2004년 10월4일 대구 두산전에서 나왔다. 당시엔 홈런이었다.
어찌보면 2루타가 되든 단타로 끝나든, 크게 중요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6년만의 끝내기 장면에서 수고스럽게 2루까지 간 모습에서 야구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험난한 프로야구에서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18시즌 동안 최고의 타자로 살아남은 이유를 단적으로 증명한 장면이다.
프로야구의 그 어떤 타자 보다도, 양준혁은 본인의 기록 하나하나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아울러 모든 플레이에서 항상 기본을 지키려 한다는 점은, 그가 왜 풋내기 신인타자에서 '양신'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는 지와 연관된다. 최선을 다해야만 최선의 기록이 나온다는 건 굳이 야구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요즘 스무살 아래 어린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 전반적인 팀 리빌딩 바람 속에서 좀처럼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플레이 속에서도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양준혁이 사는 법, 그 자체가 후배 타자들에겐 좋은 본보기다.
<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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