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백구]유일한 목격자 박경완의 아찔했던 그날밤

사직|김은진기자 2010. 5. 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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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목격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SK 포수 박경완은 13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전날 있었던 '인필드플라이 사고'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했다.

12일 1-1이던 5회말 1사 1·2루에서 투수 송은범이 이대호의 낮게 뜬 타구를 3루 땅볼 처리했고 3루수 최정은 2루주자 손아섭을 포스아웃 시켰다. 3루심의 아웃 선언에 손아섭은 덕아웃으로 들어갔으나, 갑자기 4심이 회의한 뒤 '이미 인필드플라이 선언한 상태'라며 2사 2·3루로 주자 복귀시키고 태그하지 않은 최정에게 실책을 줬다. SK 벤치의 항의로 경기가 12분 중단됐다.

문제의 발단은 4심 가운데 주심만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했고, 양 팀 선수들이 이를 알지 못한 것이었다. 투수 송은범과 유격수 정근우도 "주심의 콜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SK 김성근 감독과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양팀 선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주심 곁에 있던 포수 박경완은 모든 것을 목격했다.

"진실은 오직 나만 알고 있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던 박경완이 하루만에 진실을 털어놨다.

주심의 인필드플라이 선언을 들은 박경완은 당연히 송은범이 2루 송구해 1루주자 홍성흔을 태그아웃시키고 타자 이대호의 자동아웃으로 이닝을 마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송은범의 3루 송구를 보고 가슴이 철렁하기 무섭게, 심지어 최정이 태그도 않고 2루로 송구하더라는 것.

박경완은 그제서야 선수들이 주심의 콜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심에게 "인필드플라이 선언했지 않느냐"고 항의했지만 이미 4심이 모여 사태는 벌어지고 말았다.

이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박경완. "야구 30년 했지만 그런 경우는 처음 봤다"며 "심판들도 착각했지만, 콜을 못 보고 서로에게 태그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못한 우리도 잘못"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희한한 상황을 겪은 뒤 공황 상태에 빠졌던 유일한 목격자 박경완. 그날 밤 내내 떠오른 한 가지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져 잠도 못 이뤘다며 한 마디 덧붙였다.

"만약 손아섭이 인필드플라이 사실을 알고, 태그 안 됐으니 홈까지 달려왔다면 꼼짝 없이 득점으로 인정 됐을 거 아닙니까."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코미디가 나올 뻔 했다.

<사직|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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