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스타 그후..] 전격 은퇴 1년 심정수 지금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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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정복엔 실패 이젠 영어 정복중… |
방망이 넣고 다니던 가방엔영어 수업 교재가 '수두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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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샌디에이고주립대 연수기관서대학 진학위해 '열공'또 '열공'… |
▶홈런왕, 학생으로 변신 은퇴할 때 "공부하고 싶다"고 했던 심정수는 지난 5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 샌디에이고주립대(San Diego State University) 산하 연수기관에서 대학 진학을 위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여태 한국말로 전화 받고 있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요즘 어떻게 지내나. "하하, 휴대폰에 한국 번호가 찍히니까 그런거지. 오늘(27일) 여기가 추수감사절이라 이웃 미국사람 집에 모여서 블럭파티 중이죠. 요즘 정신 없습니다. 공부하랴, 애들 학교 다니는 거 라이딩(riding) 해주랴, 큰놈 작은놈 모두 유소년 야구를 하고 있어서 그거 돌봐주느라 바쁩니다. 그리고 아내가 세째를 가졌습니다. 4개월 됐어요."
-공부 계획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미국 생활은 마음에 드는가. "펫코파크가 있는 샌디에이고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스크립스랜치라는 도시에 살고 있어요. 제 영어 공부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한국인들이 비교적 많지 않은 부촌 지역을 거주지로 골랐습니다. 얼마전에 토플 시험을 봤는데 2년제 칼리지에 들어갈 수 있는 점수는 확보했어요. 조금 더 해서 4년제에 들어가거나 일단 2년제에 갔다가 거기서 마치고 4년제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중입니다. 내년 7,8월이면 결론이 날 걸로 봅니다."
▶영어, 홈런 보다 힘들다 심정수는 영어에 능한 선수로 유명했다. 일찌감치 영어회화에 관심을 갖고 노력한 끝에 국내에서 뛰는 용병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영어 공부에 어려움이 없는가. 본래 잘 했으니 적응이 쉽지 않았을까.
"천만의 말씀. 내가 한국에서 하던 영어는, 그냥 말이나 조금 하는 유치한 수준이었더라구요. 여기서 아카데미 관련 영어를 하다보니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습니다. 독해, 듣기 같은 건 처음 와서 봤을 땐 끔찍했습니다. 이건 뭐, 야구가 훨씬 쉽죠."
-본래 단어 많이 알면 영어 절반은 정복한다고 하지 않는가. 구체적으로 어떤 게 힘들었나. "예를 들면 에쓰노센츠리즘(ethnocentrismㆍ자민족 중심)이란 단어가 있어요. 인류학에서 나오던데 사람마다 각각 갖고 있는 자부심, 뭐 그런 뜻인데. 그 단어가 아무리 해도 외워지지가 않는 겁니다. 그것 뿐이겠습니까. 거의 매일 수업시간에 퀴즈를 봅니다. 주제가 어렵다보니 요약 시험 같은 거 볼 때 스펠링 외우기도 벅차고 머리에 쥐날 지경입니다."
전화 인터뷰후 심정수의 현지 사진을 위해 이메일 주소를 받았는데 앞부분 영어가 일반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였다. 그는 "그것도 안 외워져서 일부러 이메일 주소 쓰면서 익힐려고 한겁니다"라고 답했다.
-어찌보면 지금 유학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선배가 될 수도 있겠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무조건 한국 사람 적게 사는 곳으로 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미국인 친구를 많이 사귀고, 많이 돌아다녀야 영어가 빨리 느는 것 같습니다. 이곳 문화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구요. 얼마전 할로윈파티때 현관에 불켜놓고 캔디 잔뜩 사놓고 아이들을 기다렸는데 무려 150명 넘게 다녀갔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죠."
너무 일찍 은퇴? … 공부하다보니 그 시절 다 까먹더라~ |
▶내가 야구선수였던가? -너무 빨리 은퇴한 케이스다. 현역 시절이 그립지 않은가. "사실 참 희한합니다. 내가 야구를 했고 그당시 행복했던 느낌이 평생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공부하고 여기서 바쁘게 살면서 까맣게 잊을 때가 많습니다. 한국인 유학생이나 누군가 나에게 얘기해주고 사진을 보여주면 그때서야 새삼 기억이 납니다. 지금의 저는 그냥 학생이라는 생각밖에 없어요."
-현지 미국인들이 당신이 한국리그 홈런왕 출신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텐데.
"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이 미국 선생님들한테 얘기를 했나 봅니다. 야구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인지, 조금 더 친근하게 대해주고 정보도 많이 줍니다. 교수들이 대학별 학점 정보를 주기도 합니다. 아들이 야구하는 유소년팀에서도 감독이 흔쾌히 허락해서 일주일에 세차례씩 나가 자원봉사로 펑고도 쳐주면서 코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야구 종주국에 있으니 여러 시스템이 눈에 보일 것 같은데.
"한국 환경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여기는 야구란 게 아이 있는 가족이 주말에 하는 놀이 개념인거죠. 일단 유소년 야구에서 실력이 조금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아이들이 '트래블볼'이라 불리는 한단계 높은 리그로 가는데 우리 첫째도 거기서 뛰고 있구요."
-공부를 선택했는데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를 공부할 계획입니다. 5~6년 잡고 그후엔 기회를 잡는다면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2년 정도 연수를 받고 싶습니다. 그후엔 한국에 돌아갈 수도 있을텐데,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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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수는 현역 시절 최고의 타자였지만 불운한 홈런왕이기도 했다. 94년 OB에서 데뷔한 심정수는 이듬해인 95년 21홈런을 터뜨리면서 본격적으로 거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은퇴하기까지 엄청난 홈런수를 기록했지만 늘 삼성 이승엽(현 요미우리)에게 간발의 차로 밀려 1인자의 자리에 오르는데 실패하곤 했다. 특히 2003년에는 53홈런을 터뜨렸음에도 56홈런의 이승엽에게 타이틀을 내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2007년에 31홈런으로 생애 첫 홈런왕을 따낸 게 전부였다. 2008년까지 15년 통산 328홈런, 1029타점에 타율 2할8푼7리를 기록했다. 2004년말 현대 유니콘스에서 FA가 된 뒤 삼성으로 옮기면서 4년간 최대총액 60억원짜리 계약에 성공하며 화제가 됐다. 이 금액은 여전히 한국 FA 시장의 공식 최고기록으로 남아있다. 화려한 홈런왕 이미지와 달리 심정수는 온몸이 부상 투성이였다. 삼성 시절 양 무릎, 양 어깨에 모두 수술을 받았다. 때문에 '로보캅'으로 불리기도 했다. 결국엔 수술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당시 33세의 이른 나이에 전격 은퇴 선언을 해 충격을 던졌다. 당시 심정수는 "계속 뛰려면 또 수술을 받아야 한다. 더이상 몸을 속이지 못하겠다. 선수로서 재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 김남형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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