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사이드 X파일] 프로야구의 각성제 '그리니'는 커피 50잔이 아니다

조회수 2013. 5. 28. 14: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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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사이드 X파일]

그간 격투기나 프로레슬링의 약물 문제를 주로 다뤄 이 분야에서만 그 문제가 심각한 걸로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는 단속이 많기에 오히려 적발이 많았던 경우로 약물 문제는 가장 까다롭다는 올림픽에서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사이클의 영웅 랜스 암스트롱 역시 약물로 이룬 역사임이 밝혀졌지요. 미국 구기 종목도 약물 문제가 많지만 과거 동구권은 국가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게 했고 유럽 역시 미국만큼의 단속을 보이지 못할 뿐, 역시 약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선 제 분야는 아니지만 그간 약물을 주로 다뤄왔고 이슈가 되기에 야구 약물 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2007년 작성된 스포츠 2.0의 기사를 많이 참조했습니다.

프로야구의 약물 문제

국내 프로야구에서 적발되지 않았던 펠릭스 호세는 멕시코에서 금지 약물 복용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우람한 근육을 자랑했던 호세는 롯데 입단했을 때부터 약물복용을 했다고 보도되었지요.

2003년과 2004년 롯데에서 '이시온'이란 이름으로 활약한 마리오 엔카르나시온은 대만에서 급사했습니다. 젊은 나이의 요절은 몇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1. 약물이 치사량을 넘어서입니다. 약물과 술을 한꺼번에 먹거나 약물을 대량으로 복용한 경우입니다. 최근엔 프로레슬러 릭 플레어의 아들이 코카인으로 인해 25세의 나이에 급사해버렸죠.

2. 구토 중 기도가 질식되어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3. 선천적으로 심혈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정도라면 운동선수 되는 자체가 어렵기에 가능성이 낮습니다

4. 흑인의 경우 다른 인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에서 문제 없던 약을 복용하고 심장마비가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는 인종뿐만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5. 후천적인 경우로 진통제 및 마약류 남용을 통해 심장이 비대해졌고, 중년이후 급성심근경색으로 요절한 경우입니다

'그리니'?

기사에 따르면 삼성과 SK에서 뛰었던 텔슨 브리또는 '그리니(greenie)'라는 약물을 썼다고 합니다. 국내에선 커피 50~100잔 사이의 집중력 향상제로만 언급하는데요, 카페인이 대용량으로 들어있다고 보고 있지요.

만약 카페인이 대량으로 있다고 한다면 단기간 집중력을 향상시켜주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쓴다면 카페인 부작용처럼 과도한 항진으로 수면 장애가 유발되고 장기적으론 만성피로, 가슴의 두근거림, 불안감, 위장장애, 안구 건조, 골다공증, 식도염, 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지요. '그리니'는 브리또만이 사용하진 않은 걸로 압니다

'그리니'는 카페인이 아니라 마약류에 가깝다

구글에 greenie amphetamine만 입력하면 글이 줄줄이 뜨며 위키피디어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암페타민은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그리니'라는 속어로 통용되어왔다(Amphetamine use has historically been especially common among Major League Baseball players and is usually known by the slang term "greenies")

국내에선 '그리니'를 고농축 카페인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론 암페타민입니다. 암페타민은 마약과 같은 말은 아니나 암페타민의 종류 중엔 암페타민, 덱스트로-암페타민 메스-암페타민 등이 있고 메스-암페타민은 필로폰입니다. 엑스터시를 비롯한 신종 마약 대부분은 암페타민을 공정을 달리해 만드는 것입니다.

시애틀 매리너스 출신 선수의 폭로

2007년 12월엔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던 쉐인 모나한은 당시 매니너스의 클럽하우스는 스테로이드와 암페타민 반입이 자유로웠다고 방송에서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피로 회복 효과가 있는 각성제 암페타민(그리니)만큼은 포수 댄 윌슨을 제외한 모두가 손댔다고 폭로했지요.

암페타민은 80년대 홈런왕 행크 아론도 자서전에서 고백한 적이 있으며 60년대 이후 사용 선수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이는 피로감에서 회복하기 위해서이지요.

암페타민 '그리니'의 전파 경로?

60년대와 70년대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쓰이던 '그리니'는 용병을 통해 일본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스포츠 2.0의 기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바 롯데 선수들 사이에서 녹색 알약이 유행했고, 이것이 암페타민 계열의 각성제나 마약의 일종인 엑스타시였다 내용이 2005년 8월 일본의 주간지 < 슈칸 아사히 > 에 보도되었단 사실이지요. 이걸 '그리니'로 보면 됩니다. 기사에 따르면 지바 롯데는 약물복용설을 반박했으나 < 슈칸 아사히 > 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도 '그리니'를 썼다

(출처 : 연합뉴스)

2008년 세계일보 기사에도 '그리니'를 쓴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소식이 있습니다. '모 팀의 에이스인 E선수는 약물 복용 초기엔 게임 집중력 좋아졌지만 나중에는 불면증이 심해져 크게 고생했다. 내야수 F선수도 같은 약을 장기 복용해 성적은 좋아졌지만 20대인데도 발기부전으로 고민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홈런타자였던 G선수도 최근 몇 년간 잦은 부상으로 도핑 의심을 사고 있다. 스테로이드를 쓴 선수는 파워가 세지는 반면 관절 유연성 등이 나빠져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데 G선수가 그런 경우이다.'

홈런타자의 경우는 '그리니'보단 합성-스테로이드 사용이 의심되는데요, 이는 관절 유연성보다는 근육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조직이 뒷받침을 못해 근육 파열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약물로 근육을 급히 키운 이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합성 스테로이드를 한약에 뒤집어 씌우기도

한약을 먹고 도핑에 적발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한약에는 스테로이드를 일부러 넣지 않는 이상 합성스테로이드가 나올 수 없습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됐던 모 선수는 친한 한의사가 지어준 한약을 먹고 도핑에 적발되었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합성-테스토스테론은 한약을 먹고 나오기 힘듭니다.

합성 스테로이드 사용 적발 근거는?

합성 테스토스테론은 천연 테스토스테론과 구별되며 보통은 콩-단백에서 추출하기에 탄수화물 고리에서 천연 테스토스테론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테스토스테론과 에피-테스토스테론 모두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천연 스테로이드이고 남녀 모두 분비되는데요, 외부에서 강제로 스테로이드를 주입 받으면 테스토스테론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둘의 대비되는 비율이 달라지는 정도를 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테스토스테론과 에피-테스토스테론의 비율을 따지는 'T/E ratio'로 보고서 판단합니다. 보통은 1:1이고 경우에 따라서 2:1도 있지만 4:1 이상은 약물을 쓴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한약을 써서 에피-테스토스테론이 높아지진 않는다

한약만으로 이 정도의 수치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한약에 무언가 섞었을 수도 있고 외부에서 스테로이드를 공급받는 경우도 있겠지요. 한약에 섞었다면 그걸 처방한 한의사를 고소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바 롯데 마린스처럼 부인은 하되 소송은 없던 걸로 압니다. 도핑에서 한약 탓을 했던 선수들 중 한의사와 법적 분쟁을 빚은 사례는 듣지 못했네요.

한약재 중 도핑에 걸리는 약재들은 있지만 합성 테스토스테론으로 적발되진 않으며 이미 피해야 할 약재 리스트로 공유되고 있지요. 이들 약재들도 실제 금방 분해가 되며 이 중에서 둘 셋만 남겨도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야구, 약물 안전지대 아니다

선수들이 커피 50잔으로 생각하는 '그리니'는 카페인이 아니라 암페타민입니다. 외국인 선수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암페타민은 '그리니'라는 이름으로 유통되었고 선수들이 호기심, 혹은 다른 선수의 기량 향상 원인에 궁금증을 갖고 접근했다 합니다.

마해영 위원의 저서에서도 대한민국 야구는 약물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내용이 있지요. 남의 분야에 주제넘게 끼어든 것 같아 송구스럽지만 10년 넘게 스포츠와 약물의 상관관계를 다뤄온 입장인지라 '그리니'를 커피 50잔 정도로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은 상황에서 의료인으로서 어느 정도 선을 그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나서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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