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상원고 감독, "'혹사 논란'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

2013. 5. 2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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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구, 손찬익 기자] 과연 혹사일까. 단련일까. 대구 상원고 투수 이수민의 투구수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수민은 지난 19일 천안 북일고와의 제6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서 178개의 공을 던져 화제를 모았다. 이수민은 총 7경기에 등판, 974구를 던졌다. 미국 CBS 스포츠는 21일 인터넷판에 '한 경기 평균 공 139개를 던진 한국 고교 투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지난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원고 야구장에서 만난 박영진 상원고 감독은 "세상에 자식을 팔아 제 부귀영화 누리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혹사 논란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감독이 '혹사 논란'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사했다는 걸 전제로 하는 게 '혹사 논란' 아닌가. 사실 감독 처지에서 상당히 불쾌하다. 지도자마다 선수를 키우는 스타일이 다 다르다. 어릴 적에 강하게 밀어부치면서 자신의 최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던지면 던질수록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삼성 라이온즈 원년 멤버 출신인 박 감독은 대구상고(상원고 전신)의 특급 투수로 활약하며 1977년 청룡기 우승을 이끈 바 있다. 박 감독은 "당시 청룡기 6경기 완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불펜 피칭 때 200~300개는 예삿일이었다. 그땐 운동기구 그래봤자 덤벨 뿐이었다. 그렇다고 보강 훈련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마운드 위에서 공을 다 던지고 그랬었다"며 "지금은 얼마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나. 동계 훈련 때 몸관리에 돌입해 근력을 키우고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끔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은 주말리그 등판 후 월, 화, 수 3일간 삼성 구단 지정 병원으로 잘 알려진 세명병원에서 마사지 및 회복 치료를 받는다. 삼성 원년 멤버 출신인 류광현 트레이너가 이수민을 전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목요일부터 보강 훈련을 하면서 컨디션을 끌어 올린다. 이 뿐만 아니다. 손가락에 작은 물집 하나만 잡혀도 피부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도록 한다. 경기 때 이닝마다 컨디션을 점검하고 투구 의사를 묻는다. 박 감독은 "프로 구단 1선발 투수도 이만큼 관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다늘 사례도 있다. 지난해 경복중 에이스로 활약했던 전상현은 올해 상원고에 진학한 뒤 공을 내려 놓았다. 현재 러닝 및 웨이트 트레이닝 등 기초 체력 강화 훈련만 소화하고 있ㄴ은 중이다. 몸에 이상이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중학교 시절 마운드에 자주 오른 만큼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제공하는 게 박 감독의 지도 철학이기 때문이다.

상원고 관계자는 "박 감독은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저학년 투수를 기용하지 않는다. 기량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체력 안배 차원이다. 학교로선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그만큼 선수들을 아낀다는 의미 아니겠나. 건강한 모습으로 졸업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믿음이 간다"고 귀띔했다.

이수민은 승부욕이 강하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게 그의 가장 큰 낙이다. 박영진 감독과 김승관 코치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다. 김 코치는 "수민이가 야간 훈련 때 후배 포수를 앉혀 놓고 투구하다 혼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경기할 때면 항상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수민이는 장차 한국 야구를 이끌 재목이다. 우리 학교를 졸업한 뒤 야구를 그만 두는 게 아니라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키워야 할 선수다. 얼마든지 더 성장할 수 있다. 내 욕심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5~6일 휴식 후 등판하는 일정은 변함없다. 예를 들어 투수가 선수 시절 10만 개의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하면 현재 10만 개 가운데 100개에 불과하다. 투수마다 한계 투구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어떻게 단련시키느냐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주말리그라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보통 전국 대회에서 1선발 투수가 마운드의 90%를 차지한다. 지금은 오히려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으니 더욱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평균 구속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문제 있는 게 아닌가". 박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일부 선수들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 일부 언론에서도 선수들을 너무 나약하게 만든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무작정 보호만 할 게 아니라 강하게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교 선수들이 프로 선수도 아닌데 투구수를 조절하려고 한다. 지금은 기량을 끌어 올리는 시점이기에 그건 옳지 않다. 자신의 최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한편 국보급 투수 출신 선동렬 KIA 타이거즈 감독은 "나는 고교시절에 연장 무승부를 했고 다음날 아침 경기에서 또 4이닝을 던졌다. 투구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0개는 넘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1000개씩은 기본으로 던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 때는 투수들이 괜찮았다"고 기억했다.

선 감독은 또 "이수민이 평균 130개를 던졌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사람의 몸은 기계보다도 강할 때가 있다. 많이 던지고도 안아프게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투구의 기본기이다. 300개, 400개를 던져도 안 아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수가 투구 밸런스와 하체훈련이 돼 있다면 많이 던져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게 선 감독의 지론이다. 주니치 드래곤즈 베테랑 투수 야마모토 마사가 4시간 동안 600개의 볼을 던지면서도 아프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무리없는 투구밸런스를 갖고 던지기 때문에 부상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선 감독은 가을캠프에서 많은 불펜투구를 시킨다. 많은 볼을 던지다보면 무리하지 않게 볼을 던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유도한다.

선 감독은 "투구의 요체는 하체와 밸런스이다. 특히 하체훈련 등 기본적인 체력을 쌓아야 한다. 성을 지으려면 토대를 잘 닦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체력이다. 요즘 입단하는 신인들에게 불펜투구를 시켜보면 100개를 제대로 못던진다. 하체가 아닌 상체만 많이 쓴다. 그러다보니 어깨와 팔꿈치 등 부상을 당하는 거다. 기본을 잘 다져놓으면 많이 던져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어린 투수들에게 기본기가 아닌 기술만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박 감독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세상에 자식을 팔아 제 부귀영화 누리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고 재차 강조했다. 이수민에 대한 박 감독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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