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다이빙 눈물녀 김나미 '슬픔은 힘이 된다'

전영지 2010. 11. 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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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센터에서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3m 스프링보드 결승 1차 시기. 손가락 골절의 고통을 참고 경기에 나선 김나미가 풀 밖으로 나오며 눈물을 쏟고 있다. 퉁퉁 부어오른 손으론 바닥도 제대로 짚을 수 없었다. 4년을 기다려온 생애 첫 아시안게임은 이렇게 안타까운 기권으로 막을 내렸다. 사진 출처=OSEN

 4년을 꿈꿨던 아시안게임 메달이 물거품이 된다고 했다. 앉아서 포기할 순 없었다. 쓰러지더라도 끝까지 덤벼볼 생각이었다. 손이 으스러질 듯한 고통을 참으며 그녀는 힘껏 하늘로 날아올랐다. 입수 순간 손 전체에 극심한 통증이 엄습했다. 바닥을 짚을 수가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 버텨왔는데….' 세 달간 동고동락한 파트너 이예림(19·대전광역시체육회)의 손을 부여잡고 목놓아 펑펑 울어버렸다. 미안함과 아쉬움, 아픔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09년 싱가포르 아시아청소년대회 여자다이빙 3m 스프링보드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실력을 입증한 김나미(사진 왼쪽). 강호 마카오 선수는 예기치 못한 일격에 눈물을 흘렸다.

사진 출처=김나미 가족

 지난 22일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다이빙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 출전한 김나미(16·서울체고1)의 투혼이 세상을 울렸다. 아버지 김대중씨(41)는 초등학교 수영코치, 어머니 최현실씨(42)는 탁구선수 출신. 축복받은 운동 유전자를 지닌 그녀는 다섯 살 때 수영에 입문했다. 행여 아버지의 과욕이 딸을 힘들게 할까 싶어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다이빙으로 종목을 바꿨다. 선택은 옳았다. 스프링보드 위에서의 리듬감이 남다르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싱가포르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선 강호 마카오, 중국 선수들을 꺾고 보란 듯이 금메달을 따냈다. 변변한 전용 시설 하나 없는 다이빙 불모지에서 서울과 김천 스포츠타운을 오가며 훈련에만 매진한 결과였다. 어린 나이지만 지고는 못 사는 승부사다. 연습보다 실전에 강한 강심장이기도 하다.

 문제는 광저우행 비행기에 오르기 하루 전날 마지막 훈련에서 생겼다. 앞으로 3회전 반 돌아 내리기, 난이율을 한껏 올려 승부수를 띄울 야심작이었다. 양손을 꼬듯 깍지 끼는 순간 힘이 잘못 들어갔는지 손가락이 꺾였다. 그냥 대충 뛰어내리면 됐을 걸, 그녀는 뒤틀린 손 모양으로 원래의 '쎈' 난이율을 고집했다. 파열음과 함께 물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그리고 한동안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1983년 선수생활을 시작한 27년 베테랑 이종희 코치(36)도 난생 처음 보는 사고였다. 운이 없었다.

 오른 손등 넷째 손가락 부위 골절을 확인한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코치님, 그래도 뛰면 안될까요?" 같은 선수 출신으로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왼손목 골절을 숨긴 채 무려 11차례나 스프링보드에 올랐던 이 코치다. 김나미 개인의 욕심도 컸지만 함께 2인 1조로 뛰는 싱크로 다이빙 파트너인 언니 이예림에 대한 책임감도 있을 터였다. 중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동메달을 바라보던 종목이다. 파트너의 경기까지 망칠 수는 없었다. 지도자로서는 선수 보호를 위해 무조건 말려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김나미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이 코치는 고심 끝에 출전을 허락했다. "선수에겐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요. 100%를 못한다 하더라도 그때 뛰지 않으면 평생 후회가 남을 테니까. 안될 줄 알았지만 뛰겠다는 의지를 꺾을 수 없었죠. 손 상태가 악화되면 무조건 기권하기로 하고 조건부 출전을 허락했습니다." 수영 코치인 아버지 역시 안쓰러운 마음을 애써 누르며 "돌아와서 수술하면 된다. 생명에는 지장 없다. 개인 종목은 몰라도 단체전은 무조건 뛰라"며 독하게 투혼을 주문했다.

◇싱크로나이즈 다이빙은 2인 1조의 경기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기권하게 된 동생 김나미(오른쪽)도 세 달 넘도록 한몸처럼 호흡을 맞춘 파트너 언니 이예림도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미안함과 안쓰러움, 아쉬움과 아픔이 교차한 눈물이다.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투혼이다. 사진 출처=OSEN

 싱크로 다이빙 1차 시기, 김나미는 테이핑을 하고 결연히 보드에 올랐다. 그렇게 이를 악물었건만 입수 때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부러진 손등 위로 수압과 체중이 고스란히 실렸다. 손이 퉁퉁 부어올랐다. 그런 상태로 난이율을 올려가며 다섯 번을 뛰어내리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파트너 예림언니도 울고 있었다. 그녀의 첫 아시안게임이 눈물 속에 막을 내렸다.

  '김나미 부상 눈물' 사진이 각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이슈가 되자 동료들은 "금메달은 못 땄어도 1등 먹었으니 됐다"며 농담을 건넸다. 다행히도 부기는 점차 가라앉고 있다. 언니, 오빠들의 경기를 응원하며 10대 특유의 쾌활함도 되찾았다. 투혼으로 주목받았으니 다음번엔 실력으로 인정받을 차례.

이종희 코치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승부욕도 강하고 보드 위에서의 리듬감이 대단히 뛰어나다. 세계 최강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선수들이 1년에 10여개 투어 대회를 뛰는 데 비해 우리는 고작 1~2개 대회에 나간다. 그런데도 청소년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경험만 보강된다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본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전도유망한 열여섯 소녀는 2년 후 런던올림픽, 4년 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더 높이 날아오를 작정이다. 그날이 오면 오늘의 쓰라린 눈물을 '마린보이' 박태환의 아테네올림픽 실격 이야기하듯 즐거운 추억으로 얘기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슬픔은 때로 힘이 되는 법이니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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