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항명' 사우디..일본전 고의적 참패?

2011. 1. 1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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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

◇ 일본전에 나선 사우디 선수들은 아예 태업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상 축구협회에 대한 ´암묵적 항명´이나 다름없었다. ⓒ 연합뉴스

´충격요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감독에 이어 축구협회장까지 경질된 사우디아라비아는 17일 오후(한국시간) 열린 2011 아시안컵 B조 마지막경기 일본전에서 졸전 끝에 0-5로 대패했다. 감독에 이어 축구협회장까지 경질되는 초강수가 오히려 약이 아닌 독이 된 것.

이로써 사우디는 3전 전패를 기록하며 B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아시안컵 통산 3회우승에 빛나는 중동의 강호 사우디의 급격한 몰락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단기처방이 더 큰 화를 불렀다!

주제 페세이루 전 사우디 감독은 아시안컵 예선 1차전 패배로 경질되기 전까지만 해도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선수들은 비록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시리아에 패했지만, 페세이루 감독의 지도력을 믿었다.

특히 간판 공격수 야세르 알카타니를 비롯한 사우디리그 명문 알 힐랄 소속 선수들은 페세이루 감독을 스승으로 여기며 따랐다. 페세이루는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알 힐랄 사령탑으로 재직하면서 사우디 선수들의 면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페세이루가 시리아전을 끝으로 경질되자 선수들은 축구협회 수뇌부의 조급한 결단에 실망했고, 이는 결국 남아 있는 예선경기들까지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요르단전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패한 데다, 일본전에선 아예 태업에 나선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상 축구협회에 대한 ´암묵적 항명´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수비진은 일본 공격수들을 자유롭게 풀어줬고, 돌파 당하고도 악착같이 따라붙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사우디 감독 경질은 단기처방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다. 그동안 이렇다 할 대안조차 없이 감정적으로 급약처방만을 반복해 불신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었다.

또 사우디 축구는 사실상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자국 리그서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도 돈 한 푼 안 내는 세금정책에 만족해한다. 결국, 선수들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 축구를 직업이 아닌, 취미로 즐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더 큰 문제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대거 귀화, 대표팀에 발탁되면서 애국심과 응집력 대신 쉽게 포기하고 현실에 만족하는 나태함이 무섭게 자리 잡았다.

사우디 축구팬들은 이러한 자국 대표팀의 모습에 실망, 하나 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17일 일본전에서 사우디 축구팬들은 채 100명도 되지 않았다. 지난 시리아전에서 2000여 명의 팬들이 응원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자국 축구팬마저 등을 돌린다면 사우디 축구의 몰락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관중 급감으로 스폰서 유치가 어려워지고, 국가대표팀 실력향상을 위한 A매치 평가전도 쉽게 갖기 어렵다. 축구협회가 빈곤해지면 대표팀 전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1994 미국월드컵에서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던 사우디 축구는 17년이 지난 지금 2류로 추락했다. 이 같은 사우디의 급격한 퇴진은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축구 선진국에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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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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